붕괴된 대한민국의 문해력

2021년에서 2022년 조사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성인의 비율은 47.5%에 그친다고 합니다. 즉, 나머지 52.5%에 해당하는 약 2,000만 여명의 사람들은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또한 2021년 실시한 oecd 회원국 청소년 71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제 청소년 문해력평가 지표에서 한국에 OECD 평균보다 훨씬 밑도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문해력 저하는 인터넷에서 밈(meme)으로 퍼진 심각한 어휘결핍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말은 알다시피 ‘매우 깊고 간절하게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라는 뜻인데 이들은 이를 ‘지루하다’라는 뜻의 ‘심심한’으로 잘못 받아들인다거나, 한 신문 기사에서는 마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처럼 호도하기도 했다. 국무회의 안건을 다루면서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운용 및 작성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온라인상에서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문해력 논란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까지 ‘문해력 향상’을 언급하고 나선 모습이다”라고 오해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실 문해력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때 네이버에서는 ‘사흘’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적도 있는데, 단어에 ‘사’가 들어가니 ‘4일’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상의 사례들이 문해력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배경은 난독이라는 ‘후천성 독서 장애’임을 알아야 합니다. 평소 글을 읽기 싫어했건 읽고 싶은데 잘 안 됐건, 또는 날 때부터 이런 증상을 겪었건 자라면서 어느 날부터 증상이 시작됐건 간에 심각한 어휘 부족을 겪는 건 난독 현상에서 기인합니다. 그러므로 어휘 부족이 결과적으로 문해력 결핍으로 이어지지만, 난독 현상의 결과로 어휘 부족이 생긴 것이 먼저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부족한 어휘를 채워 넣는 작업은 쉽지 않은데, 왜냐면 결국 난독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죠.

지금 문해력이 이슈일까?

난독 현상이 쌓여 우리 사회에 드디어 글을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넓고 깊어져서 더는 덮고 넘어갈 수 없는 가시적 현상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진전된 것일 뿐, 오래전부터 층층이 쌓여온 문제입니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도 큰일 났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는 쓰나미라도 닥쳐오는 것처럼, 쇄도하는 괴물의 흉측한 얼굴에 정면으로 맞닥뜨린 듯한 충격일지도 모릅니다. 설마 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으니까요. 그러나 한 발 물러나 전체를 보면, 드러나는 괴물의 몸통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해력 붕괴라는 이 괴물은 난독으로 인한 독서력과 독서량의 절대 부족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과제든 시험 문제든 글을 찬찬히 읽지 못하고 당연히 글로 쓰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 현상은 문해력 부재 이전에 난독이고 오래전부터 그랬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죠.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학원이나 가정에서 난독과 관련하여 경각심을 일깨우는 어떤 말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수업도 없고, 그런 지도를 해주는 선생님도 당연히 없습니다.

이렇게 최근 2~3년 동안 사실상 교육의 공백이 이어지면서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주 심각한 상태지만, 고학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상태인 줄을 모르는 채 신입생을 접한 중학교 교사들 입에서 “아, 이걸 어쩌지!”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고 합니다. 공교육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게 이 때문이죠.

이 문제는 글을 제대로 읽게 하면 해결됩니다. 즉,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그 원인인 후천성 독서 장애(난독)를 해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를 건너뛰고, 그 결과물인 문해력 저하의 심각성만을 부각하고 분석하고 있으니 상황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해력’ 이란 무엇일까?

간단한 질문 같지만,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해력’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 즉 현재 나이 80대 이상 고령층의 문맹을 해소하기 위해 문맹 퇴치라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주로 사용됐던 단어이지만, 최근 들어 초·중·고를 가릴 것 없이 교육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이를테면 오래된 신인인 셈이죠. 문해력의 고전적 정의는 ‘문자를 읽고 뜻을 이해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체력을 기르듯 문해력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문해력의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을 두 가지만 꼽으라면, 하나는 문해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해력을 증진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문해력이란 결국 개인이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므로, 음식과 운동을 통해 몸이 자라고 근육과 힘이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단어·어휘·문장은 음식에 해당하고, 독서는 연습에 해당합니다. 읽기 습관을 들여 체화하는 것은 반복되는 훈련과 같고,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것은 동작의 정확성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정독은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며 걷고 뛰는 연속 동작에 비할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지식의 축적과 감동을 통한 정서의 변화는 곧 선수나 연예인이 성공적으로 경기를 하거나 공연을 할 때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비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동작과 스피드가 핵심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네요.

문해력 발달의 필수 조건, 정독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금의 문해력 붕괴는 난독 현상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화려한 미디어가 급속히 발달하고, 게임·동영상·웹툰 같은 볼거리가 이미 아이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어서 뜯어말리기엔 너무 늦었죠.

난독 해결의 목표는 당연히 정독입니다. 바르게 읽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읽어야 합니다. 무엇이 정교한 것일까요? 모든 단어에 눈을 마주치면서 제대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모든 단어에 눈을 마주치면서 읽는 게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렇더라도 답은 확실히 정독입니다. 그리고 그 정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저희의 superbook 입니다. 만약 책을 읽는데 모든 단어를 읽지 못한다면, 책을 읽어도 내용을 온전하게 즐길 수 없고, 결국 책의 내용을 작가의 의도를 곡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해져야 합니다. 문해력에는 이해력이 포함되는데, 이해력이 발달하면 결국 독서 속도가 높아집니다. 독서 속도는 정독을 전제로 할 때 빛을 발합니다. 짧은 시간에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차츰차츰 지식의 밭을 깊이 갈면 지겨움이 오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이 생깁니다.

문해력이 뛰어난 독자가 되는 방법은 ‘정속독으로 여러 번 읽기’, 이것 하나뿐입니다. 이것이 정독과 문해력의 필연적인 관계입니다. 정독 없는 스피드는 곧 빼먹고 읽는 습관, 즉 난독의 일종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문해력 붕괴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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